믿음이라고 다 같은 믿음이 아니다
믿는다는 말은 흔합니다.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습니다. 예수님이 죽으셨다고 믿습니다. 성경이 참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믿어도 의롭게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야고보는 말합니다. 귀신도 하나님이 한 분이심을 믿고 떱니다. 믿음이라고 다 같은 믿음이 아닙니다.
대교리문답 72문은 의롭게 하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다른 종류의 믿음과 구별하여 정밀하게 정의합니다. 이 믿음은 세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확신, 동의, 그리고 신뢰입니다.
믿음의 기원: 성령과 말씀
그런데 그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믿음은 어디서 옵니까.
내가 결심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과 하나님의 말씀으로 죄인의 마음속에 역사하는 구원의 은혜입니다. 말씀 없는 성령의 역사는 주관적이 되고, 성령 없는 말씀은 머리에만 머뭅니다. 둘이 함께 역사할 때 의롭게 하는 믿음이 생겨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 로마서 10:17
이 믿음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내가 믿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믿음을 주신 것입니다.
첫 번째 얼굴: 확신
성령과 말씀이 마음속에 역사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죄와 비참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상실된 상태에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과 다른 피조물에게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 — 요한복음 16:8
이 확신이 없으면 그리스도가 필요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구원자를 찾지 않습니다. 의롭게 하는 믿음은 반드시 이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완전히 무너진 존재임을 아는 자리입니다.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 사도행전 2:37
두 번째 얼굴: 동의
두 번째 얼굴은 동의입니다. 복음에 약속된 진리가 참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위해 죽으셨고 부활하셨다는 것, 그분을 통해 죄 사함과 칭의가 주어진다는 것을 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 로마서 10:9
그런데 동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귀신도 하나님의 존재를 알고 사실로 인정합니다. 복음의 내용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과 그 복음을 자기 것으로 붙잡는 것은 다릅니다. 동의는 필요하지만 완성이 아닙니다.
세 번째 얼굴: 신뢰
세 번째 얼굴이 의롭게 하는 믿음의 핵심입니다. 그리스도와 그분의 의를 받아들이고 의지하는 것입니다.
확신이 "나는 무너진 존재다"라는 자각이고, 동의가 "그리스도께서 나를 구원하실 수 있다"는 인정이라면, 신뢰는 "나는 지금 그분을 붙잡는다"는 실제적 행위입니다.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알므로." — 갈라디아서 2:16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 — 빌립보서 3:9
이 신뢰는 죄 사함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간주되고 용납되기 위한 것입니다. 단순히 마음이 평안해지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칭의를 받기 위한 것입니다.
세 얼굴이 하나로
확신, 동의, 신뢰. 이 세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의롭게 하는 믿음이 됩니다.
확신 없는 동의는 얕습니다. 자기 죄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복음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동의 없는 신뢰는 맹목입니다. 복음의 내용을 모르고 막연히 예수님을 붙잡는 것은 온전한 믿음이 아닙니다. 신뢰 없는 확신과 동의는 죽은 믿음입니다. 내가 무너진 존재임을 알고 복음이 참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리스도를 실제로 붙잡지 않는다면 의롭게 되지 못합니다.
의롭게 하는 믿음은 이 세 가지가 함께 역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믿음을 만들어내시는 분은 성령이시고, 그 통로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구원을 얻는 믿음은 무엇입니까. 말씀이 성령과 더불어 역사하사 나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게 하고, 그리스도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위에 그분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런 구원이 우리의 삶 속에서 역사하사 실제적 체험으로 고백됨을 믿습니다. 이것이 참 믿음입니다.
믿음이라고 다 같은 믿음이 아닙니다. 의롭게 하는 믿음은 그리스도를 붙잡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