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숨는 자
"하나님이여, 내가 근심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원수의 두려움에서 내 생명을 보존하소서"(시 64:1).
다윗은 이 시편을 탄원으로 시작합니다. 1절의 "근심하는 소리"는 히브리어 שִׂיחִי (siḥî, '속에서 끓어오르는 탄식', '혼자 삼켜온 말')입니다. 다윗이 혼자 삼켜온 것이 있었습니다. 원수의 말이 칼처럼 느껴졌고(3절), 그들의 모의가 화살처럼 날아왔습니다(3절). 그 무게가 쌓여 마침내 하나님 앞에서 쏟아졌습니다. 이것이 시편 64편의 시작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억울한 말을 들을 때, 나를 향한 모의를 눈치챌 때,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것 같을 때 — 우리도 이 siḥî를 압니다. 시편 64편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1. 악인의 공격은 의로운 자를 두려움에 빠뜨립니다 (1–6절)
다윗이 경험한 것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었습니다. 2절은 "악을 행하는 자들의 무리에서 나를 숨겨 주시며"라고 기도합니다. 악인들은 조직적이었습니다. 4절은 그들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숨은 곳에서 온전한 자를 쏘며, 갑자기 쏘고 두려워하지 아니하는도다." 그들의 혀는 "칼같이 날카롭게"(3절) 갈려 있었고, 쏜 다음에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6절은 그들의 내면을 드러냅니다. "그들이 죄악을 탐구하며 탐구하기를 다하였다." 여기서 "탐구하다"는 히브리어 חָפַשׂ (ḥāphaś, '샅샅이 뒤지다', '파헤치다')입니다. 악인들은 다윗을 무너뜨릴 빈틈을 치밀하게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확신했습니다. "누가 우리를 보겠느냐"(5절)고 말했습니다.
다윗은 그 앞에서 두려워했습니다. 1절에 "원수의 두려움"이라고 썼습니다. 신앙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다윗은 두려움을 감추거나 이겨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을 그대로 들고 하나님 앞에 나아갔습니다.
핵심: 신앙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숨는 것입니다.
2. 하나님은 악인의 무기를 그들 자신에게 돌리십니다 (7–9절)
6절까지 이 시편의 주어는 줄곧 "그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모의하고, 그들이 함정을 파고, 그들이 화살을 쏘았습니다.
그러나 7절에서 주어가 바뀝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화살로 그들을 쏘시리니, 갑자기 그들이 상처를 입으리로다." 악인들이 쏘려던 화살이 방향을 바꿉니다. 8절은 더 나아갑니다. "이와 같이 그들의 혀가 그들을 넘어뜨리리니." לָשׁוֹן (lāšôn, '혀') — 그들이 칼같이 갈아 세웠던 그 혀가, 그들 자신을 넘어뜨리는 도구가 됩니다. 그들의 말이 그들의 덫이 됩니다.
9절은 그 결과를 선포합니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여 하나님의 일을 선포하며, 그의 행사를 깊이 생각하리로다." 의로운 자가 직접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재판장이 되셔서 일하시고, 그 행하심을 사람들이 보게 됩니다.
핵심: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재판장이 되셔서 친히 공의를 행하십니다. 의로운 자가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3. 하나님께 숨는 자는 끝내 기쁨으로 나아갑니다 (10절)
시편 64편은 두려움으로 시작하여 기쁨으로 끝납니다. 10절은 선언합니다. "의로운 자는 주를 즐거워하며 그분을 신뢰하리니, 마음이 정직한 자는 다 자랑하리로다."
이 기쁨의 근거는 상황의 해결이 아닙니다. 본문은 원수가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기쁨의 근거는 하나님 자신입니다. 두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숨었고, 하나님의 공의를 목도했고, 그 경험이 בָּטַח (bāṭaḥ, '신뢰하다', '흔들림 없이 의지하다')를 낳았습니다. 그 신뢰가 기쁨이 되었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보다 더 크신 하나님을 만난 것입니다. 그렇기에 다윗은 원수를 자랑하지 않고, 자신의 인내를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을 자랑합니다. 하나님의 공의를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랑입니다.
핵심: 두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숨는 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경험하고 끝내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게 됩니다.
결론
우리도 공동체 안에서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말이 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숨고 싶고, 억울하고, 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편 64편은 우리에게 복수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숨으라고 가르칩니다. 1절의 다윗처럼 — 내 siḥî(שִׂיחִי), 내가 혼자 삼켜온 그 탄식을 들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람의 악함은 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공의는 더 깊습니다. 원수의 칼보다 하나님의 손이 더 크고, 사람의 혀보다 하나님의 판단이 더 확실합니다. 그분은 자기 백성의 재판장이 되시고, 친히 공의를 행하시며, 두려움 속에서 숨어 온 자를 끝내 기쁨으로 이끄십니다.
그러므로 의로운 자의 마지막은 두려움이 아닙니다. 기쁨입니다.
두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숨는 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경험하고, 끝내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