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고 그리스도 — 중보자의 이름에 담긴 신학
우리의 중보자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두 이름은 단순한 고유명사가 아닙니다. 각각의 이름 안에 중보자의 사역과 직분 전체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대요리문답 제41-42문은 이 두 이름의 의미를 차례로 설명합니다.
1. 왜 중보자를 예수라 칭하는가?
예수(Jesus)는 히브리어 여호수아(Yeshua)에서 온 이름으로, "여호와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입니다. 이 이름은 탄생 이전에 천사를 통해 직접 주어졌습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마 1:21).
이 짧은 문장 안에 세 가지 중요한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구원의 주체입니다. "그가 구원할 자"라는 말은 구원이 인간의 노력이나 공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 자신에게서 온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구원은 그분이 하시는 일입니다.
둘째, 구원의 대상입니다. "자기 백성"이라는 표현은 구원이 막연히 모든 사람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친히 소유하신 특정한 백성을 향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셋째, 구원의 내용입니다. "죄에서 구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통이나 불행에서 건져내는 것이 아닙니다. 죄의 형벌에서, 죄의 권세에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죄의 존재 자체에서 구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라는 이름은 그분의 사역 전체를 한 단어로 요약합니다.
2. 왜 중보자를 그리스도라 칭하는가?
"그리스도(Christ)는 히브리어 메시야(Messiah)의 헬라어 번역으로,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입니다. 구약에서 기름 부음은 특정한 직분에 세움받는 자에게 행해지는 의식이었습니다. 선지자, 제사장, 왕이 각각 기름 부음을 받아 그 직분에 취임했습니다.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예수님께서 이 세 직분을 모두 완전하게 수행하시는 분임을 선언합니다.
기름 부음의 성격 — 한량없이
그러나 예수님의 기름 부음은 구약의 그 어떤 선지자, 제사장, 왕의 기름 부음과도 질적으로 다릅니다. 대요리문답은 이를 "한량없이(above measure)" 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요한복음은 "하나님이 성령을 한량없이 주심이니라"(요 3:34)고 말합니다. 구약의 기름 부음이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었다면, 그리스도의 기름 부음은 충만하고 완전합니다. 이로써 그분은 세 직분 모두를 완전한 권위와 능력으로 수행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낮아지심과 높아지심 — 두 신분에 걸친 직분
대요리문답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이 세 직분이 낮아지심(humiliation)과 높아지심(exaltation) 이라는 두 신분 모두에서 수행된다는 점입니다. 선지자, 제사장, 왕의 직분은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도, 부활 승천하신 후에도 계속됩니다. 낮아지심 가운데 말씀을 가르치시고, 제물이 되시고, 겸손한 왕으로 오셨다면, 높아지심 가운데 성령을 통해 계속 가르치시고, 하나님 우편에서 중보하시고, 만왕의 왕으로 통치하십니다.
결론
예수와 그리스도, 이 두 이름은 우리 중보자의 사역 전체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는 그분이 무엇을 하시는 분인가를 말해줍니다.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시는 분입니다. 그리스도는 그분이 어떤 자격으로 그 일을 하시는가를 말해줍니다. 성령으로 한량없이 기름 부음 받아 선지자, 제사장, 왕의 직분을 완전하게 수행하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를 때,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함께 고백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