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작정하셨으나 죄의 조성자는 아니시다
1. 본문 읽기
(1)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
God from all eternity did, by the most wise and holy counsel of his own will, freely and unchangeably ordain whatsoever comes to pass:
하나님은 영원 전부터, 자신의 뜻의 가장 지혜롭고 거룩한 계획에 의해, 자유롭게 그리고 불변하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작정하셨다.
(2) 그러나 세 가지 오해를 배격한다
yet so as thereby neither is God the author of sin,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이 죄의 조성자가 되시는 것도 아니고,
nor is violence offered to the will of the creatures,
피조물의 의지에 강압이 가해지는 것도 아니며,
nor is the liberty or contingency of second causes taken away, but rather established.
제2원인들의 자유나 우연성이 제거되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확립된다.
2. 추출되는 교리들
가.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Eternal Decree) — 그 범위와 성격
"from all eternity... freely and unchangeably ordain whatsoever comes to pass"(영원 전부터... 자유롭게 그리고 불변하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작정하셨다)는 개혁신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교리 중 하나입니다. 네 가지 요소가 이 선언을 구성합니다.
"영원 전부터"(from all eternity) — 작정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이 아니라, 시간 이전, 창조 이전에 이미 이루어진 하나님의 영원한 결정입니다. "가장 지혜롭고 거룩한 계획에 의해"(by the most wise and holy counsel) — 작정은 임의적이거나 맹목적인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완전한 지혜와 거룩하심에서 나온 계획입니다. "자유롭게"(freely) — 하나님은 어떤 외부의 압력이나 필요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작정하셨습니다. "불변하게"(unchangeably) — 한 번 작정된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피조물의 행동이나 반응에 의해 수정되거나 취소되지 않습니다.
나. 작정의 범위 — "일어나는 모든 것"
"whatsoever comes to pass"(일어나는 모든 것)는 매우 포괄적인 표현입니다. 신앙고백서는 하나님의 작정이 어떤 특정한 영역(예: 구원에 관한 것만)에 한정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포함한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개혁신학의 하나님 주권 교리의 가장 강한 형태입니다 — 우연히 일어나는 일도,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도, 심지어 악한 일들도 하나님의 작정의 범위 밖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악한 사건들까지도 하나님의 주권적 작정 밖에 있지 않지만, 하나님은 악을 거룩한 목적을 위해 허용하시고 질서 있게 다스리실 뿐, 죄 자체의 도덕적 원인이 되시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이 절의 나머지 부분이 세 가지 오해를 즉시 다루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 첫 번째 경계 — 하나님은 죄의 조성자가 아니시다
만약 하나님이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작정하셨다면, 죄도 작정하신 것 아닌가 — 그렇다면 하나님이 죄의 원인이 되시는 것 아닌가? 신앙고백서는 이것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성경은 이 문제를 요셉의 이야기로 잘 보여줍니다. 형제들이 요셉을 판 것은 명백히 악한 행동이었고, 형제들은 그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악한 일을 통해 선하신 계획을 이루셨습니다(창 50:20). 하나님은 그 사건을 작정하시고 섭리 가운데 허용하셨으나, 죄악 자체를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죄의 책임은 죄를 선택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삶의 적용 —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었겠지"라고 말하며 가해자의 잘못을 덮어버리는 것은 이 교리의 올바른 적용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그 고통을 선하게 사용하실 수 있다는 것과, 그 잘못을 행한 사람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동시에 사실입니다. 반대로 내가 죄를 지었을 때 "하나님이 이렇게 되도록 작정하셨으니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작정 교리는 내 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닙니다.
라. 두 번째 경계 — 피조물의 의지에 강압이 없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작정하셨다면, 인간은 사실상 꼭두각시 아닌가 — 우리의 선택은 진짜 선택이 아닌 것 아닌가? 신앙고백서는 이것도 거부합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인간의 의지를 강압(violence)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성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선택하며, 하나님은 그 의지를 강압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로운 선택들조차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 밖에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마. 세 번째 경계 — 하나님은 제2원인을 통해 일하신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작정하셨다고 해서, 우리의 선택이나 자연 현상이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은 실제로 뜨겁고, 우리의 선택은 실제로 우리의 선택입니다. 하나님은 이 실제적인 원인들을 없애버리고 혼자 모든 것을 직접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꼭두각시처럼 줄을 당기시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역사와 진짜 사람들을 통해 일하십니다.
여기서 "우연성"(contingency)이라는 표현도 중요합니다.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웠고, 사람이 넘어져 어떤 일이 생겼다 — 이 모든 것은 실제적인 원인과 조건을 가진 사건이며, 우리에게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작정 밖에 있는 사건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이런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들까지 포함해서 다스리십니다. 그러나 그 사건들의 실제적인 조건과 인과관계는 여전히 진짜입니다 — 하나님이 그것들을 없애버리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통해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삶의 적용 — "어차피 하나님이 다 정해놓으셨다면 내가 기도하고 노력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질문이 여기서 나옵니다. 신앙고백서의 답은 분명합니다. 기도와 노력과 선택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이며, 하나님은 바로 그것들을 통해 일하십니다. 하나님은 목적뿐 아니라 수단도 함께 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기도, 전도, 순종, 노력은 하나님의 작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의 작정을 이루시는 통로가 됩니다. "결과만 정해졌으니 과정은 상관없다"는 것이 아니라, "결과와 과정을 함께 작정하셨으니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